160728
일본은 지진이 많고 태풍의 영향이 잦은 나라여서인지 우리네 집과는 참 많이도 다르다.
난방시설이 없다는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고,,
그래도 근래 짓는 집들은 거실 위주이긴 하지만 바닥에 유카단보床暖房(일종의 가스 보일러)를 설비해서
예전보다는 살기 좋아졌다는..
일본에 처음 왔을때는 집구하는 것도 함께하고 돈도 아낄겸
내 서방 짱꾼이 혼자 살던 집에 그냥 몸만 얹혀서 한 1년을 살았다.
좁으면 어때~ 얼굴만 바라봐도 좋은 신혼인데!
그러다 한국에서 날아오는 내 짐들이 하나 둘 쌓여가면서
급기야는 수납공간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좁은데 둘이 들러붙어 있다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갖질 못하고 자기발전이 없다는 판단이..
사실 돈 아낄 욕심으로 그냥 살면 살수도 있었는데,
그집이 돈이 모이질 않는 집이라는 평을 들은 게 이사결심의 결정적 이유였다.
말하자면 홍니는 풍수, 사주, 역학,,, 뭐 이런것들,,
맹신까진 아니지만 잘 맞고 잘 믿는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짱꾼이 그집으로 이사한 이후로는
돈은 벌지만 번대로 다 쓰게 되어 모인돈이 없었다.
아마도 그무렵부터 나를 만나기 시작했다는.. -_-;;
우야든동,,
같은 값에 좀더 넓고 깨끗한 집으로 가자!
해서 결국 도쿄東京를 벗어나 사이타마埼玉로 이사를,,,아흑..
홍니는 자고로 서울에, 백화점 옆에, 이왕이면 미술관도 옆에 있는 곳에 살아야 하건만,,,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무서운 촌으로,,,아흐흑..
아~사랑의 힘은 위대하여라~
또 잡설이 길어지는구나.
그렇게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느낀 일본은 참 황당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집을 보러가면 새집이 아닌 이상 보통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
거주자의 시선을 불편해하며 둘러보게 되는데
여기는 세입자 퇴거 후 빈집을 말끔히 청소, 소독한 후 공개하니 집 구조가 훤히 보이더라.
그리고 깨끗이 정돈된 집이니 슬리퍼는 필수!
몇집 보러 다니다가 나중에 우리는 우리 슬리퍼를 갖고 다녔다는..
깨끗이~깨끗이~~
최근에 한번은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밖으로 빨래를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그 빨래는 공동현관 비막이 천정위에 안착하였는데,
우리집 라인 2층 집 베란다에 들어가야 꺼낼 수 있는 위치였다.
안타깝게도 그 집이 비어 있는 상태라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더니,, 당장 가줄 사람이 없단다.
열쇠를 주면 우리가 가서 꺼내오겠다고 하니
청소를 싹 다 해놓은 상태이고, 우리는 집보러 온게 아니니 들어갈 수 없단다.
결국 한참을 기다리니 관리인이 와 현관앞에서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혼자 들어가 집어다 주었다.
참,, FM을 추구하는 일본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슬리퍼 얘기하다 떠올랐다. 홍홍홍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장~
일본의 빈 집들은 등도 안달려 있다. 야박하긴..
기본적으로 현관, 욕실 등은 달려있지만
거실, 방, 주방 등은 내가 알아서 달아야하고 이사갈때 떼어 가야 한다.
이건 한국도 그런가? 기억이 가물...
뭐 등이 없으니 집안에 볕이 얼마나 잘 드는지 가늠하기는 쉽더라.ㅎㅎ
그리고 물도 안나온다.
물론 비어있는 집이니 물세 낼 사람도 없을테고,,
그래서 복불복이다.
수압이 낮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또 한가지.
기본적으로 커튼 레일이 달려있다.
고로 내가 원하는 블라인드를 내가 원하는 위치에 달 수도 없다. ㅠㅜ
일본에서 세를 살면 벽에 마음대로 구멍을 뚫을 수 없다. 하물며 작은 못질도 불가능하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면 안되는건데 다들 하는거긴 하다만..
그래서인지 못을 이용하지 않고도 벽에 무언가를 걸 수 있게 도와주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꽤 많다.
주로 핀을 이용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 핀자국정도는 감쪽같이 메울 수 있는 요망한 물건들도 판매한다는.
요 아이디어 상품들은 나중에 소개하는걸로~
참고로 요즘엔 세입자 마음대로 못질도 하고 꾸밀 수도 있는 DIY전용 물건들도 있다.
손재주 있고, 꾸미기 좋아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강추!
일본은 DIY천국.
홈센터에 가면 자재부터 공구까지 없는게 없이 모든것들이 갖추어져 있으니,,
전에 살던 동네는 걸어서 5~7분 거리내에
전철역과 구약쇼区役所(구청) 분관, 경찰서, 소방서, 도서관, 큰 공원,
그리고 24시간 운영하는 우체국(이건 그 지역 우편 집중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듯)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이었다.
집은 복도식 만숀의 5층이었고, 엘레베이터 바로 옆인데다
집을 나서서 전철역 플랫폼까지 도착하는데 5분밖에 안걸리는,
게다가 전철역까지 가는 길에 마트를 통과하게 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역까지 갈 수 있는
환상의 입지조건(우리는 그 마트를 천국이라 불렀다 ㅋㅋ)이었다.
집이 좁긴 해도 나름 안락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새집을 정하는 데도 몇 가지 고다와리こだわり(고집?)가 있었다.
첫째, 3층 이상일 것. 1층엔 절대 못살아~
일본의 일반적인 집들은 담도 별로 없고(있어도 뭐하러 만들었나 싶게 참 낮음), 베란다가 개방형이다.
한국은 아파트는 물론이고 개인 주택도 대부분 베란다에 창이 달려 비바람이 들이 칠 염려가 없지만,
일본 집들은 창도 없고 말그대로 오픈마인드라 진짜 누군가 나쁜맘먹고 들어갈라치면,,
윽! 상상하기 싫다.
외출중 갑자기 비라도 오신다면,,
널어둔 빨래는 그냥 지옥행인거다.
그래서 1, 2층 같은 경우는 대부분 셔터가 설치 되어 있다.
이 셔터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방범의 기능과 더불어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만,,
결국 내집에서 내맘대로 벗지도 못하고, 내집 창을 내맘대로 열어 놓지도 못하는 홍길동같은 신세가 되는거다.
또 인도와 바로 접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참..뭐랄까...
여자 혼자 살기는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둘째, 욕실에 창이 나 있고 너무 좁지 않을 것. 숨막혀~
헤세이平成몇년인가부터는 의무화 되어 요즘 짓는 집들은 모두 난방건조기를 설치하게 되어 있다지만
오래된 집들은 그런 설비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일본 집들은 구조상 욕실 환기가 잘 안되는 편이라
홍니는 욕실 환기를 위해 외부로 통하는 별도의 창이 나 있는 집을 고집했다.
이사한 집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집이라 욕실 천정에 난방건조기가 설치되어 있다.
물론 외부공기가 유입되는 창도 나있지.
하지만,,
청소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여름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귀신같이 나타나는 날파리와의 끝없는 전쟁이 계속된다.
셋째, 가장자리 집일 것.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집들은 베란다가 모두 개방형이고,
지진이나 화재 등 비상시에 옆집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물론, 평상시에는 위 아래가 뚫린 가녀린 합판 같은 가벽으로 분리가 되어 있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청소를 안하는 노다메의 집에서 써금써금한 이물질들이
옆집에 사는 치아키센빠이네로 흘러들어가는 구조. 움,,,)
그리고 베란다에 나가면 옆집에서 하는 이야기 소리도 다 들리고
(물론 우리집 소리도 옆집에 다 들리겠지)
여러가지로 조심해야하니 가능한 한 한쪽만 공유하고 싶은 우리 부부의 바람이기도 했다.
물론, 가장자리집은 안쪽 집들보다 외풍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참고로, 무서운 이야기.
올초였나? 작년이었나? 늙어진 홍니의 기억력이 자꾸 제기능을 못하지만 암튼..
어떤 만숀에서 사건이 있었다.
한 남자가 베란다를 통해 옆집에 들어가 침실에서 자고 있는 여자에게 칼부림을 하고 나온,,
물론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저지른 범죄였지만 말이다.
겁많은 홍니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베란다를 보고 기겁을 했었는데,
그때 우려했던 것과 유사한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한동안 베란다쪽 창을 굳게 잠그고 지냈었다는..
그러고 보면 비상사다리도 겁나.
베란다에는 비상사다리가 위 아래층을 연결할 수 있도록 지그재그로 설치되어 있다.
이 비상사다리를 열어보는건 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에 1번 정기점검때이다.
점검이래봐야 사다리가 잘 작동하는가를 보는 것 뿐이긴 하지만..
비상사다리는 내리는 쪽에서만 작동 가능하니 윗집에서 누군가 범죄를 꿈꾼다면,,
이것도 노답. 홍니는 걱정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피곤한 이야기.
전에 살던 집 옆집에는 혼자사는 할머니가 계셨었다.
낡고 좁은 집이다 보니 더 그랬겠지만..
베란다로 나가기만 하면 쿠사이臭い~!!하며 냄새난다고 자기집 베란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리거나
우르사이うるさい~!하며 시끄럽다고 역시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리는 등..
눈치를 참 많이 보고 살아야 했다.
짱꾼 혼자살때는 인사도 건네며 잘 지냈었는데 홍니가 온 이후로는 히스테리컬해지셔서..
사실 홍니 웃음소리가 좀 큰 편이긴 하지만 많이 자제하며 살고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시끄럽거나 냄새날 일도 없었다.
시끄럽기는 되레 할머니집 티비소리쪽이었지. 얼마나 크게 틀었는지 밤늦도록 티비소리가...
췟! 시기질투하시기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웃도 잘 만나야 하는 일본이다.
넷째, 역에서 도보 10분 이내일 것.
지금 이사한 집도 역까지는 7분정도면 가는데
힐을 신고 외출하는 건 꿈도 못꾼다.
바리바리 싸온 내 어여쁜 구두들은 빛도 못보고 창고에서 썩어간다는..
아흑,,,
힐신고 출퇴근하는 일본 OL들.
존경한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까지 들고 자유자재로 운전하는 자전거족들.
진짜 존경한다.
다섯째, 다다미 놉! 플로링일 것.
다다미방이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엔 뜨시고 그렇다는데
홍니는 짚때기로 엮어 만든 그 특유의 냄새도 싫고,
다다미를 상상하는 홍니 머릿속에는 이미 진드기가 우글거리며 썩소를 보내고 있다.
청소벽이 있는 홍니로서는 주거 불가능한 조건이다.
근데 신기한 건,,
일본의 주택에는 대부분 거실 한켠에 현대식 다다미방和室을 구비한다는 것.
차문화를 즐겨서인지, 불단을 모셔서인지, 전통을 사랑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모두 포함되겠지?
일종의 사랑방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듯 하다.
홍니도 사실 일본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운치있는 다다미방 하나쯤은 놓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운치가 아니고 생존을 위한 거니까 놉! only flooring!!
여섯째, 샤시가 좀 튼튼할 것.
한국은 보통 이중창에 하이샤시, 시스템창을 시공하지만,
일본은 알루미늄 샤시에 이중창도 아니다.
전에 살던 집은 홍니보다도 훨씬 형님이신지라 샤시도 매우 낡으셨었다.
비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창이 떨어질듯 덜컹거렸고, 겨울이면 싸늘한 바람님이 집안으로 자주 마실오셨었다.
단열이 좀 더 잘 되는 창이 달려 있는 집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보았다.
일곱째, 현관이 좀 넓거나 신발장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홍니는 신발을 좋아해서 신발이 많다. 그런데 늘어놓을 곳이 없다.
매번 상자에 있는 신발을 꺼내 신고 손질해 넣어놓는것도 피곤하고..
예전처럼 어떤 신발을 신을지 한눈에 보고 고민하고 싶다. ㅋㅋ
그리고 현관이 너무 좁으니 큰 짐을 갖고 들고나는게 보통일이 아니더라.
마지막으로, 동간 간격이 넓을 것.
일본집들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사이좋게 붙어있다.
일조권, 조망권 이런건 아웃오브안중.
거기다 단지형 먄숀일 경우에는 동간 간격이 좁아 앞집에서 밥을 하는지 빨래를 개는지 다 보일 지경.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피해받기 싫어하는 나라인데 이런건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하다.
뭐 위의 조건들 외에도 여러가지 함께 고민한 부분들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
이렇게 해서 이사한 우리집.
이사하고도 준비할 것들이 더러 있다.
빨래봉. 일본에선 빨래를 널 빨래봉을 개인이 사서 달아야 한다.
봉을 걸 수 있는 고리는 부착되어 있지만 긴 봉은 직접 준비해야 하는 것.
여기서도 어이 상실이오~
그리고 현관 문을 열어서 고정시킬 수 있는 말발굽 스토퍼. 그런거 없다.
문은 닫으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정금구는 아쉬운놈이 달아서 써야한다.
드릴 같은 걸로 구멍을 뚫거나 해선 안되니까 자석 기능이 있는 걸로다가~
이사갈땐?
당연히 언제 붙였었냐는듯 말끔히 제거해 줘야지.
그밖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도 과하게 떠들었으니 이정도로 하자.
지치는구나~
결론은,,
아 일본 집들은 다 왜이래? 하며 투덜대던 홍니지만,,
이렇게 걱정도 많고 까탈스러운 홍니지만,,
일본생활에 잘 적응해가며 남들처럼 잘 살고 있다는,,
일본은 믿고 사는 나라니까.
이것만 고쳐지면 더 좋을텐데 하는 부분들이 더러 있지만,
아날로그방식과 첨단방식이 묘하게 공존하는 재미있는 나라니까.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이 되자!
일본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겪은 어글리 코리안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
정말 나도 읽는 내내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기억이..
그 사건 당사자는 자신이 무용담처럼 떠벌릴 그 이야기가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는지,
타국에서 건실하게 살아가는 동향인들에게는 얼마나 피해를 주는 일인지,
한국인이라 말하는 걸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 일인지,,
알,, 턱이없지. 아는놈이면 그런짓을 안했겠지. 음.
자세한 이야기는 요기 요기 ↓↓↓↓↓
(허가없이 링크올린것 용서하세요!)
- 한국은 욕조를 욕실 바닥에 얹고 실리콘으로 사방을 마감하지만, 일본은 욕조가 욕실바닥에 맞닿아 있지 않고 붕~ 떠있는 듯. 게다가 욕조 배수구에는 항상 물이 일정정도 차있는 구조다. 욕조를 들어내고 청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ㅡ"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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